2차/글

뇌절파티 카지미사리츠 헤결au

niiin 2022. 8. 15. 23:33

일러두기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의 패러디 글입니다. 영화 주요 줄거리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원본을 최대한 따라가려 했으나 능력이 부족하여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휴가가 허접하게 나옵니다…… 최애이신 분께는 미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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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리츠코와 원거리 연인인 형사 미사토는 제3신도쿄시로 발령이 나 항구 익사사건의 용의자 카지를 심문하게 되었다. 미사리츠와 대학 친구였던 카지는 부모를 살해한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졸업 후 일본을 떠돌고 있었다. 

 

전 직장 상사가 자기를 괴롭혔다는 말을 하면서, 바닥에 쓸려서 난 등의 상처를 보여주며 미사토를 도발하는 카지. 미사토는 친구로만 생각했던 그에게 이상한 느낌을 받고 당황한다. 밥때가 되자, 평소에 싸구려 레토르트만 사먹는 미사토가 웬일로 비싼 초밥을 시킨다.

 

놀란 다른 경찰관들을 무시한 채, 세컨드 임팩트 이후 더욱 귀해진 초밥을 조용히 먹는 둘. 식사를 마친 카지는 붉은 바다를 싫어한다는 말을 슬쩍 흘린다. 그가 해수 정화 시설에서 일했다는 것을 들은 미사토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후로도 미사토는 카지가 무얼 하고 사는지 끊임없이 보러 다닌다. 피자집 배달원으로 일하는 그의 뒤를 쫓다가, 결국 그가 사는 조그만 맨션까지 와 버린 미사토. 평소 갖고 다니는 쌍안경으로 그의 방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본다. 어린애처럼 저녁을 아이스크림으로 때우면서도, 식후에는 꼭 담배를 피는 카지. 

 

카지 역시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잡담하는 미사토, 부서 회식 때 맥주잔을 치켜들고 건배사를 외치는 미사토, 만취한 부하 휴가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미사토의 주위를 몰래 맴돌며 지켜본다. 미사토는 카지에게 너무 쉽게 마음을 열고 그를 자기 집에 초대한다. 카지는 잔뜩 어질러진 그의 집을 싹 치워주고 따뜻한 밥까지 손수 지어 준다. 

 

한편 미사토의 부하 휴가는 알리바이가 확실한 카지를 상관이 풀어준 것이 불만스럽다. 찜찜한 기분을 풀기 위해, 그는 요사이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 패싸움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한다. 마침 항구 쪽에서 불량배들이 싸운다는 제보가 들어와 급히 출동하는 두 사람.

 

불량배 A의 패거리에게 칼을 맞고 쓰러진 휴가를 앞질러 미사토가 열심히 달려가지만, 이미 A와 다른 불량배 B는 B의 연인인 C를 두고 칼부림을 하고 있었다. C에게 배신당해 분노에 찬 A가 가위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B는 필사적으로 C를 감싸다 가위에 목을 찔리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 피투성이 현장에서, 미사토는 세컨드 임팩트 당시 자기를 구하고 대신 죽었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는 익사사건이고 뭐고 상대하기 싫어져 리츠코가 사는 제2신도쿄시로 전근을 신청한다. 카지도 미사토가 모르는 사이 국립공원 관리직에 취직해 그곳으로 옮겨 온다. 함께 시장에서 마주쳐,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는 셋. 

 

그런데 카지의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산에 생매장되어 죽은 채로 발견된다. 미사토도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그를 범인으로 의심한다. 얼마 후, 카지가 한밤중에 미사토를 불러내 다짜고짜 산으로 데려간다. 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그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는 미사토. 

 

밤안개 자욱한 산길을 묵묵히 걸어가던 카지가 한 낭떠러지 앞에 멈춰선다. 바로 아래에서 부모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며, CCTV도 없고 새벽 안개가 짙어 눈에 띄는 데 오래 걸렸다, 범인도 아직 모른다는 말을 담담히 하는 카지. 미사토는 그래서 죄 없는 사람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다녔냐고 분개한다. 

 

카지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난 그저 이 사건의 진실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카츠라기 너에게마저 내가 미결사건이 되었구나. 패닉에 빠져 어쩔 줄 몰라하던 미사토는 카지에게 오래도록 키스한다. 

 

얼마 후, 남의 가게에서 싸우다 기물파손으로 잡혀온 야쿠자들을 심문하던 미사토는 그들의 동료 중 하나가 카지의 집주인을 죽였음을 알게 된다. 빌린 돈을 제때 안 갚아서 죽여버렸다고. 미사토가 그들에게 혹시 카지 료지를 아는지 묻자, 그들 모두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러던 중 한 명이 제3신도쿄시에서 있었던 직장 괴롭힘의 피해자가 그놈이었던 것 같다는 말을 꺼낸다. 해수 정화 시설의 소장이 가해자 아니었냐며 시작한 그의 이야기에서 과거의 진실들이 밝혀진다. 그놈은 행실이 나쁜 탓에 그 동네의 경찰서장 카지와 평소에도 자주 부딪쳤다고, 그래서 서장 아들이 시설에 입사하자마자 그렇게 갈군 거 아니냐고.

 

순간 미사토의 머릿속에서 불현듯 옛날 일이 떠오른다. 카지가 용의자로 막 잡혀 왔을 때 증거품으로 제출된 휴대폰 속 수많은 협박메시지와, 그가 직접 보여준 등의 상처. 그러나 그의 손톱 밑에서 검출된 사망자의 DNA. 붉은 바다를 싫어한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었다.

 

분노와 슬픔, 혼란에 빠져 꼼짝 못하던 미사토는 이내  카지를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몰래 그의 휴대폰에 위치추적장치를 붙여 놓아서, 그가 있는 장소를 알기는 쉬웠다. 제3신도쿄시와 가까운, 한때 가마쿠라였던 곳의 남쪽 바닷가.

 

그런데 카지의 위치가 이상하다. 지도 위의 푸른 점이 해안도로도 모래사장도 아닌 바다 위에서 껌벅이다가, 이내 사라진다. 미사토는 즉시 경시청에 지원을 요청한다. 그리고 혼자 겁없이 밀물이 들어오는 바닷가로 달려간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바다처럼 벌겋고, 공기 중에는 비린내 나는 바다안개가 자욱하다.

 

지원을 온 팀까지 합해 경찰관 여럿이 어두워질 때까지 열심히 수색했지만, 그들이 찾아낸 것은 소금기가 허옇게 말라붙은 카지의 휴대폰뿐이었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카지가 살던 아파트에 미사토가 찾아갔을 때, 그는 이웃에게 카지가 돌아오지 않은 지 한참이 됐다는 말만 듣는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미사토는 리츠코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리츠코는 자기 연인에게 대뜸 자신의 직장 동료 마야를 소개한다. 스토커가 마야네 집 앞까지 쫓아온대, 당분간 같이 지내야 할 것 같아. 마야는 미사토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리츠코와 팔짱을 꼭 낀 채 집에 들어간다. 그 뒷모습을 보며, 망연자실해 한숨만 푹 쉬는 미사토.